초대의 글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며 성화시키신 궁극 목적은 그분의 영광을 위해서다. 우리는 이 세상과 영원에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 창조되었고 구원되었으며 성화되었다. 하느님께서는 피조물이 당신께 영광을 드림으로써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만물을 배려하셨다.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가장 좋은 준비는 “여러분은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일을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십시오.”(1고린 10,31)1라는 성바오로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다. 따라서 성덕을 원하는 사람에게 하느님의 영광은 언제나 제일 중요한 관심사이어야 하며 이것은 하느님 나라의 생활을 미리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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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안에 산다

우리가 영원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필요한 수단은 우리 전존재의 성화이다. 이 성화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을 이 세상에 보내주셔서 우리는 그분을 통해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1요한 4,9)라고 하신 말씀대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삶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리스도는 포도나무요, 사람은 그 가지다. 가지가 예수 그리스도의 성화의 수액을 받아 살면 영원한 생명의 열매를 맺을 것이고, 포도나무이신 예수님으로부터 떨어지면 말라버려 불에 던져질 것이다(요한 15,1-8  참조).

그리스도와 이러한 일치는 그분의 말씀을 믿고 본받으며, 우리의 영성생활과 은총을 통해서 충만되어야 한다.

 

성덕을 향한 걸음

현세생활은 우리의 전존재, 즉 정신과 의지, 마음과 육신 모두를 천국을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다. 우리의 확실한 거처는 영원에 있으며, 구원되어 항상 하느님과 함께 지내든지 아니면 지옥에서 하느님 없이 지내든지 둘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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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구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유일한 과제이다. 우리는 누구나 지상에서 시련을 당하게 되어 있는데, 이 시련을 극복하여 승리의 화관을 받는 사람은 복되다. 이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하느님이 최고의 선이시며 우리의 영원한 행복이시므로, 무엇보다도 먼저 마음을 다해 주님을 사랑하고 알고 섬기며 그분과 일치해야 한다. 지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모든 자연적, 초자연적 은혜는 구원을 얻기 위한 수단이다. 천상 스승께서는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태 16,26)라고 말씀하셨다.

수도생활을 지원하는 사람이나 또 천국을 확실히 얻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성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 나아가 이미 서원을 한 사람은 자기 서약에 충실해야 할 뿐 아니라, 선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풍부한 수단으로 완덕에 나아가야 할 큰 의무가 있다.

열성적이고 항구한 영적 작업이 필요하다. 그 작업은 힘이 드는 만큼 숭고함과 위안을 가져다준다. 원죄 이후의 인간의 상태를 생각한다면 이 영적 작업은 다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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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적 투쟁과 극기. 모든 위험과 죄악을 피함으로써 마귀와 세속의 행실에서 오는 악과 나쁜 내적 성향에서 오는 악을 제거해야 한다. “악을 피하라.”
  2. 인간은 하느님과 초자연적인 일치를 이룰 것. 전존재, 지성은 생동하는 믿음으로, 의지는 덕 있는 생활로, 마음은 초자연적인 감정으로 하느님을 향하고 일치되어야 한다. “선을 행하라.”

 

길 진리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2

현세와 영원의 모든 선은 하느님 안에 있다.

하느님과 우리의 일치는 성령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완성된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이시다. 진리이시기에 스승이요 학자가 되시고, 길이시기에 왕이요 본보기가 되시며, 생명이시기에 대사제요, 제물이 되시는 세 가지 중요한 직무로써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셨다.

천상 스승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라고 말씀하셨다. 즉 “나는 네가 걸어가야 할 길이고, 네가 믿어야 할 진리이며, 네가 갈망해야 할 생명이다”(준주성범 3,56). 그분은 은총 중에 있는 영혼 안에 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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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 중에 있는 영혼은 그분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과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서 산다.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교회를 통해 이 일을 행하신다. 교회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진리를 설교하고, 어머니와 같이 신자들을 인도하여 성사로 성화시킴으로써 사람들에게 은총을 전해준다. 이렇게 우리는 지상에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살 수 있고, 하늘나라에서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훌륭한 믿음의 투쟁

죄를 지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사람은, 하느님을 멀리하고 피조물을 가까이하는 죄로 인하여 영적 멸망을 초래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하느님을 찾는 사람은 피조물을 멀리하고 하느님께로 가까이 나아가 구원을 받는다. 우리 결심이나 참된 영적 노력에는 소극적인 면과 적극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면 겸손하기 위해서 교만과 맞서 싸우고, 극기와 정결을 위해서 육신의 욕망을 거슬러 싸우며, 애덕과 청빈을 위해서 인색함과 안일함을 거슬러 싸운다. 말하자면 새 사람인 예수 그리스도를 입기 위하여 낡은 아담을 벗어버리는 것이다(에페 4,2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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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에는 비록 욕정과 악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많지만 그 중의 하나가 특히 지배적이다. 그러므로 지배적인 그 결점을 없애기 위하여 그와는 정반대되는 덕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을 섬기기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영적 노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잘 식별해서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이 지혜롭고 쉬우며 효과적이다. 이 일을 위해서는 다음 순서를 따르면 좋다.

  1. 연피정과 월피정 때 자신을 잘 살피고 고해사제의 지도에 따라 주요 결심을 정한다.
  2. 양심성찰에는 예방성찰, 특별성찰, 일반성찰이 있고 이러한 성찰을 매일, 매주, 매월, 매년 행해야 한다.
  3. “그와 반대로 하라.”라고 유혹하는 악한 경향에 대처하기 위해 생각과 감정과 행동에 대해 하루 내내 끊임없이 깨어 있도록 훈련한다.
  4. 매일 묵상, 영성체, 미사, 성체조배, 묵주기도를 바칠 때에는 승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자기 결심을 새롭게 한다.

양심성찰은 자기 자신을 잘 알게 해주는 중요한 결실을 맺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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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은 특히 의지력을 강하게 하고 결심을 새롭게 해준다.

영성체는 우리 안에 은총을 증가시켜 주고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견고하게 해준다.
영적 독서, 이와 유사한 훈화도 정신을 강화하는 데 특별히 목적이 있다.

성체이신 예수님께 드리는 흠숭과 미사 성제는 지성, 의지, 마음에 세 가지 결실을 맺게 해준다. 그러나 실제로 세 가지 결실인 가르침, 용기, 은총은 결코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언제나 한 존재이고 완덕은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데 있으므로 구태여 지성, 의지, 마음을 구분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어떤 결심이든지 완전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하느님과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지성과 의지와 마음을 포함한 것이라야 한다.

예를 들어 만일 누가 교만을 없애고 겸손을 닦고자 한다면, 신앙의 정신을 가지고 겸손된 생각을 우리 안에 길러야 하고, 우리 의지를 다하여 겸손한 생활을 하신 예수님을 따르고, 마음을 다하여 겸손한 기도로써 이 귀중한 은혜를 얻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다른 모든 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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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는 사람은 지성과 의지와 마음을 악으로부터 멀리하게 될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최고 선이며 영원한 행복이신 하느님과 완전히 일치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룰 것

사실 모든 신심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참되고 유일한 신심으로 모아진다. 갖가지 다른 실천과 신심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한 수단이다. 이것은 지상에서 미리 맛보고 하늘나라에서 행복을 누리는 영원한 생명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면 우리는 하늘나라에서 그와 함께 살게 될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가장 완전한 보상이다. 지성은 주님을 뵙는 행복을, 의지는 복된 사랑을, 마음은 영원한 기쁨을, 육신은 영광을 누릴 것이다. 천상 스승께서도 “내 아버지께서 나에게 왕권을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에게 왕권을 주겠다.”(루가 22,29)라고 말씀하셨다.

성바오로는 “바로 그 성령께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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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것을 증명해 주십니다. 또 우리의 마음속에도 그러한 확신이 있습니다. 자녀가 되면 상속자가 되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하느님의 상속자로서 그리스도와 함께 상속을 받을 사람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을 받고 있으니 영광도 그와 함께 받을 것이 아닙니까?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로마 8,16-18)라고 하셨다.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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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문에는 골로 10,31로 되어 있으나, 1고린 10,31로 올바로 교정했다.

2 AD 160: 이 신심을 통해 인간은 완전히 예수 그리스도께 붙잡히고 정복된다. 신앙심은 충만해지고 수도자도 사제도 지혜, 나이, 은총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충만하고 완성된 나이에까지 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내 안에 사십니다.” 하고 그리스도가 인간 안에서 혹은 인간을 대신하기까지 성장한다. 신이요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위격에 대한 모든 신심은 이 신심에로 수렴된다. 이 사상은 설립자의 생애를 통해 더욱 발전되어 갔으며 그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때에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AD 352: 무한한 가치, 생명과도 같은 길 진리 생명이신 천상 스승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심은 수도적 완성과 사도직을 두루 비추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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